기성용 손배소 2심 승소 판결 읽는 방법

기성용 손배소 2심 승소 소식을 보고 기사 제목을 다시 읽었습니다. ‘1억 원 배상’이라는 숫자는 눈에 들어오는데, 누가 항소했고 어떤 판단이 유지됐는지는 제목만으로 알기 어렵더라고요. 이 사건은 당사자와 소송 종류를 나눠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먼저 누가 누구를 상대로 낸 소송인지 보기
사건의 출발점은 2021년입니다. 기성용 선수의 초등학교 후배인 A씨와 B씨는 2000년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활동할 당시 기성용을 비롯한 선배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성용은 의혹을 부인하며 두 사람을 형사 고소했고, 별도로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이번에 나온 판결은 그중 기성용이 제기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입니다. 성폭력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의 유무죄 판결로 읽으면 사건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기사에서 ‘손배소’라는 표현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 순서도 짚어 둘 만합니다. 의혹 제기와 법적 대응은 2021년에 시작됐고, 경찰의 수사 판단은 2023년에 나왔습니다. 손해배상 소송의 1심 판결은 2025년 7월, 이번 2심 판결은 2026년 10월 23일에 나왔습니다. 오래 이어진 사건이라 서로 다른 절차의 결과가 한 기사 안에 함께 등장합니다.
2심에서 실제로 유지된 내용
2025년 7월 1심은 기성용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A씨와 B씨가 공동으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청구한 5억 원 전부가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또 ‘공동으로 1억 원’이라는 뜻이지, 두 사람이 각각 1억 원씩 내라는 뜻도 아닙니다.
B씨는 항소하지 않아 자신에 대한 1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A씨는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10월 23일 A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성용이 2심에서도 이겼다는 표현이 나온 겁니다. 다만 A씨에 관한 항소심 판결까지 최종 확정됐는지는 이후 상고 여부를 봐야 합니다.
‘1억 원을 받았다’고 표현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법원이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실제로 돈이 지급된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이번 보도에서 확인되는 내용은 배상액을 유지한 판결이지, 지급이 끝났다는 사실은 아닙니다.
법원이 중요하게 본 지점
항소심 재판부는 후배들이 주장한 성폭력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서울신문과 매일신문이 전한 재판부 설명에 따르면, 기간과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과거의 일을 두고 ‘그런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사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납득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은 이 부분에 관한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기사 한 줄을 근거로 당시 벌어진 모든 일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확인된 판결 내용은 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출된 자료와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차이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바라볼 때도 중요합니다. 피해를 주장했다는 사실과 그 주장이 재판에서 충분히 뒷받침됐는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자료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사건에 관한 모든 의문이 사라졌다는 뜻으로 넓혀 읽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경찰 수사 결과와 함께 읽는 방법
2023년 경찰은 기성용에게 제기된 성폭력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기성용이 A씨와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송치했습니다. 양쪽 사안을 모두 증거 부족으로 처리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경찰이 후배들을 형사처벌하지 않았는데 왜 민사에서는 배상 판결이 나왔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찰의 형사 수사와 법원의 민사 손해배상 재판은 다루는 사건과 판단 과정이 다릅니다. 한쪽 결과만 떼어 다른 쪽 결과를 대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사를 읽을 때는 세 가지만 표시해 두면 편합니다. 누가 소송을 냈는지, 이번 판결이 형사 절차인지 민사 절차인지, 1심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기성용이 낸 민사소송에서 1억 원 배상 판단이 유지됐고, A씨의 항소가 기각됐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사건의 판결 소식은 굵은 숫자보다 절차를 먼저 읽게 됩니다. 당사자에게는 긴 시간이었을 테고, 독자에게도 단정적인 제목보다 판결이 실제로 말한 범위를 확인하는 태도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